가성비 최악? 배구ㆍ농구계 주요 대기업 프로스포츠단 수난시대

2021-01-12     박종민 기자
최태웅 현대캐피탈 감독. /KOVO 제공

[한스경제=박종민 기자] 올 시즌 프로배구와 프로농구 순위표를 보면 공통점을 찾을 수 있다. 국내 굴지 대기업 스포츠 구단들의 성적이 대체로 하위권을 맴돌고 있다는 점이다.

프로배구 V리그 남자부에서는 현대캐피탈과 삼성화재가 최하위권에 머물러 있다. 현대캐피탈은 6승 14패 승점 17로 7개 구단 가운데 꼴찌다. 지난 10일 경기도 안산 상록수체육관에서 만난 최태웅(45) 현대캐피탈 감독은 홈팀 OK금융그룹에 세트스코어 2-3으로 역전패한 후 “경험 부족으로 졌다”며 고개를 떨궜다.

최태웅 감독은 배구계에서는 온화하고 부드러운 리더십을 갖춘 감독 중 한 명으로 꼽힌다. 하지만 올 시즌 성적 부진 탓에 때때로 감정 기복을 드러내고 있다. OK금융그룹전에서도 그는 평정심을 잃었다.

경기 중 상대팀 외국인 선수 펠리페 알톤 반데로(33)의 스파이크가 라인 밖으로 나갔다며 비디오 판독을 신청했지만, 원심이 유지되자 심판에게 강하게 항의했다. 끝내 항의가 받아들여지지 않자 최태웅 감독은 상록수체육관이 쩌렁쩌렁 울릴 정도로 "으아"라고 소리 질렀다. 중계석과 기자석에서도 크게 들릴 정도였다. 중계진은 “이런 모습은 처음인 것 같다”고 당황해했다. 최 감독의 평소 언행과 이미지를 고려했을 때 굉장히 이례적인 행동이었다.

현대캐피탈은 이 경기에서 1, 2세트를 따내고도 3~5세트를 힘없이 내주며 결국 대역전패를 당했다. 그로 인해 탈꼴찌에도 실패했다.

현대캐피탈은 13일 오후 7시 홈 구장인 천안 유관순체육관에서 6위(4승 17패ㆍ승점 18) 삼성화재와 꼴찌 탈출을 놓고 맞대결을 벌인다. 올 시즌만 놓고 보면 리그 최고의 히트 상품 ‘클래식 매치’라 하기 부끄러울 정도다. ‘격세지감(隔世之感)’이 따로 없다. 여자부 현대건설 또한 12일 오전까지 6승 11패 승점 17로 하위권에 머물러 있다.

프로농구에서도 상황은 크게 다르지 않다. 창원 LG는 12일 오전까지 11승 18패로 하위권에 쳐져 있다. 지난 시즌 원주 DB와 공동 1위에 올랐던 서울 SK도 13승 17패로 부진하고 있다. 서울 삼성은 15승 15패로 간신히 5할 승률을 유지하고 있다. 울산 현대모비스가 시즌 성적 17승 13패로 그나마 선전하고 있다.

겨울 스포츠의 대명사인 프로배구와 프로농구에서 삼성, LG, 현대 등 국내 최고의 대기업 스포츠단들이 모두 고전하고 있는 상황은 낯설기만 하다. 이들 주요 대기업 스포츠단들은 과거 거대 자본력과 막강한 프런트, 선수 구성으로 마케팅과 순위에서 모두 좋은 성적을 내는 경우가 많았다.

그러나 올 시즌 현재까지는 성적이 신통치 않다. 물론 프로배구와 프로농구 모두 시즌 중반이라 기회는 남아 있다. 이들 구단들이 향후 반등할 수 있을지 지켜보는 것도 시즌을 즐기는 하나의 포인트가 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