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 FTA 폐기설’에 산업계 ‘전전긍긍’...미국도 피해 불가피

2017-09-04     임서아 기자

[한스경제 임서아] 미국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폐기' 카드를 꺼내 들면서 양국 경제에 어느 정도 영향을 미칠지에 대해 관심이 쏠리고 있다. 국내 산업계는 특히 이 상황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만약 한·미FTA가 폐기될 경우 미국과의 경제적 교류에 악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는 탓이다.

이미 사드(THAAD·고고도 미사일 방어체계) 배치로 인해 중국에서 판매 부진을 겪고 있는 자동차의 경우는 미국 수출까지 문제가 생긴다면 걷잡을수 없는 상황까지 직면할 수도 있다. 또한 국내 산업계도 타격을 입겠지만 미국기업은 이보다 더 큰 피해가 발생할 것이라는 분석까지 나오면서 양국 기업 모두 난관에 봉착할 가능성이 높다.

미국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폐기' 카드를 꺼내 들면서 양국 경제에 어느 정도 영향을 미칠지에 대해 관심이 쏠리고 있다./연합뉴스

4일 업계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3일 허리케인 하비 수해현장인 텍사스 휴스턴을 방문한 자리에서 한·미FTA 폐기 여부를 참모들과 논의하겠다고 하면서 파문이 커졌다.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은 많은 나라와의 무역에서 적자를 보고 있는 게 사실"이라며 "그것을 더이상 허용할 수 없고 한국부터 시작하려고 한다"고 말했다.

미국 정부가 한·미FTA 폐기 절차에 돌입한다면 한국 측에 종료의사를 서면으로 통보해야 한다. 협정문에 따르면 한·미FTA는 어느 한쪽의 협정종료서면 통보로부터 180일 이후에 종료된다. 만약 한국 정부가 문제를 제기하지 않으면 자동 폐기되지만 서면 통보일로부터 30일 이내에 협의를 요청할 수도 있다. 이 경우 양국은 요청일로부터 30일 이내에 협의를 진행해야 한다. 

한·미FTA 폐기 여부를 트럼프 대통령이 논의한다고 하면서 미국의 수출 비중이 큰 국내 산업계는 고민은 더욱 깊어져 가고 있다. 한국경제연구원과 산업연구원에 따르면 한미 FTA가 종료될 경우 2021년까지 5년간 우리나라의 총수출손실액은 269억 달러(약 30조1,414억 원)에 달한다.

특히 미국이 무역적자 주범으로 지목한 자동차와 철강 업종은 더욱 불안에 휩싸였다. 만약 한·미FTA 체결 이전으로 돌아간다면 국내 자동차의 대미 수출 위축은 불가피하다. 자동차 분야는 손실액이 133억 달러(약 15조582억 원)에 달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왔다. 

미국은 FTA 합의에 따라 한국 자동차 관세(2.5%)를 2012년 협정 발효 후 2015년까지 4년간 유지하다가 2016년 폐지했다. 현재 한국에서 미국으로 수출되는 자동차는 무관세다. 이에 일본·유럽산 자동차(2.5%)보다 이점을 누리고 있는 셈이다. 하지만 관세가 다시 붙게된다면 미국 수출용 한국차의 가격 경쟁력은 당연히 떨어진다.

미국 역시 타격이다. 한·미FTA가 폐기되면 미국차의 한국 수입 관세도 되살아나기 때문. 한국은 미국 자동차에 대한 수입 관세(발효 전 8%)를 2012년 발효 즉시 절반(4%)으로 낮춘 뒤 2016년에 없앴다. 이에 협정 발효 후 지난해까지 미국산 자동차의 한국 수입량은 2만8,361대에서 4.4배인 6만99대로 급증했을 뿐만 아니라 수입금액 역시 7억1,700만 달러(약 8,117억 원)에서 4.6배인 17억3,900만 달러(약 1조9,688억 원)로 올랐다.

이 기간 미국차 수입 증가율(339.7%)은 전체 수입차 증가율(158.8%)의 두 배에 이를 뿐 아니라, 특히 지난해 한국 시장에 들어온 수입차가 전년보다 8.3% 줄었음에도 미국 차는 22.4%나 늘어났다. 

한국경제연구원은 "한·미FTA가 폐기 혹은 재협상에 따른 수출손실 타격이 가장 큰 산업은 자동차산업이며 다음으로 기계산업"이라며 "일자리도 손실이 발생해 고용이 12만7,000명 감소할 것으로 추정된다"고 설명했다.

유통분야도 문제가 발생한다. 한국무역협회 국제무역연구원 자료를 보면 미국의 한국 수입시장 점유율은 FTA 발효 전인 지난 2011년에 8.50%이었던 것에 비해서 2.14%나 증가했다. 현재 수입시장 점유율은 10.64%에 달한다. 이 기간 대미 수입 농축수산물은 중량 기준 11.6% 올랐고 과실류는 21.9%, 오렌지 42.4%, 식물성유지 80.4%, 커피류 84.8%, 육류 17.0%, 쇠고기 46.1%, 수산물 5.9% 등이었다.

정인교 인하대 경제학부교수는 "트럼프 대통령이 정치적 의도를 갖고 한미FTA 폐기를 언급했다고 보는 시각이 우세하다"며 "하지만 한편으로는 여러차례 같은 방식을 해와 사람들의 신뢰를 잃어 이를 회복하기 위해 재협상을 할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이어 "한미FTA가 파기되면 무역에서 역효과가 금방 나타날 것이다. 미국 경제는 크기 때문에 영향이 작을 수 있지만 한국은 수출 의존도가 높아 수출 감소는 물론 한국경제 전반적으로 타격이 올 것"이라며 "자동차 분야 이외에도 섬유분야가 미국 관세가 높은편이라 영향이 클 것"이라고 덧붙였다.

한국 피해도 물론 있지만 양국 교역구조가 상호보완적이라 한미 FTA가 폐기되면 미국의 피해가 더 클 것이라는 분석도 나왔다.  미국의 대 한국 관세율은 1.6%지만 우리나라의 대미 관세율은 4%로 더 높기 때문이다. FTA가 폐기되면 결과적으로 미국산 제품의 대 한국 수출이 더욱 어려워질 수 밖에 없다는 뜻과 같다.

이에 미 상공회의소는 한·미FTA 폐기를 막기 위해 힘을 모아달라고 회원사들에 호소하는 등 미 정계와 산업계의 반대 목소리도 잇따르고 있다. 제프리 존스 주한미국상공회의소(암참) 이사회 의장은 한국에서 미국 기업들이 받는 회계 감사가 이미 늘었다며 "최근 적대적인 분위기가 고조됐으며 우리가 FTA에서 발을 뺀다면 상황이 악화할 것이라고 본다"고 말했다.  

블룸버그도 "트럼프 대통령은 절대 한미FTA를 파기해서는 안되며 오히려 강화해야 한다"고 했다. 미국의 상품 무역 적자는 늘었지만 서비스 무역이 107억 달러(약 12조1,145억 원)흑자를 기록하며 민간 부문에서 260만개의 일자리를 순창출했다는 점을 특히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