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용요약 9일 오전 6시 '전통의 강호' 이탈리아와 격돌
이탈리아, 대회 11골 중 7골 전반전에 기록
김은중호, 8골 중 4골 세트피스 득점… 이승원 오른발 주목
U-20 월드컵에 나선 한국 U-20 축구 대표팀. /KFA 제공
U-20 월드컵에 나선 한국 U-20 축구 대표팀. /KFA 제공

[한스경제=강상헌 기자] 2023 국제축구연맹(FIFA) 20세 이하(U-20) 아르헨티나 월드컵에서 선전하고 있는 김은중호를 보면 유럽축구연맹(UEFA) 유로 2004 우승팀 그리스가 떠오른다. 당시 그리스는 끈끈한 수비력을 앞세워 토너먼트에서 매 경기 한 골 차 승부를 펼쳤고, 그 결과 우승 트로피까지 들어 올렸다.

김은중(44) 감독이 지휘하는 한국 U-20 축구 대표팀은 이번 대회에서 유로 2004 우승팀 그리스 못지않은 수비력을 과시하고 있다. 탄탄한 수비를 기반으로 무패(3승 2무) 4강 진출에 성공했다. 한국은 5일(이하 한국 시각) 아르헨티나 산티아고 델 에스테로 스타디움에서 열린 대회 8강전에서 연장 접전 끝에 나이지리아에 1-0 승리를 거뒀다. 2019년 폴란드 대회(준우승)에 이어 2회 연속 4강에 올랐다. 한국이 FIFA 주관 대회에서 2회 연속 4강에 오른 건 처음이다.

한국은 결승 진출을 놓고 9일 오전 6시 아르헨티나 라플라타 스타디움에서 ‘전통의 강호’ 이탈리아와 격돌한다. 이탈리아는 8강전에서 콜롬비아를 3-1로 꺾고 3회 연속 4강행에 성공했다. 조별리그에선 브라질에 3-2로 이긴 바 있다. 그러나 한국의 8강전 상대였던 나이지리아에는 0-2로 졌다.

이탈리아 미드필더 체사레 카사데이. /연합뉴스
이탈리아 미드필더 체사레 카사데이. /연합뉴스

◆카사데이 경계령

토너먼트에서 선제골은 상당히 중요하다. 이탈리아는 이번 대회에서 선제골을 넣는 데 능숙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득점을 올린 4경기 모두 선제골을 기록했다. 특히 대회에서 터뜨린 11골 중 전반전에만 무려 7골을 넣었다. 전반전 선제골로 경기의 주도권을 거머쥔 뒤 안정적으로 경기를 운영해 승리를 챙기는 전략을 사용하고 있다.

이탈리아에서 가장 경계해야 할 선수는 미드필더 체사레 카사데이(20·첼시FC)다. 카사데이는 이번 대회에서 팀 득점의 절반 이상인 6골을 넣었다. 대회 득점 1위를 달리고 있다. 지난해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EPL) 첼시에 입단해 올해 1월 잉글랜드 챔피언십(2부) 레딩으로 임대된 그는 이번 대회 브라질전에서 2골을 넣었고, 도미니카공화국을 상대로도 2골을 뽑았다. 16강 잉글랜드, 8강 콜롬비아를 상대로도 1골씩 넣는 등 최근 3경기 연속 득점 행진을 이어가고 있다.

김대길(57) KBS N 스포츠 축구 해설위원은 5일 본지와 통화에서 이탈리아전 승리 키 포인트로 ‘선제골’을 꼽았다. 김대길 위원은 “한국은 조직력을 앞세운 탄탄한 수비를 중심으로 경기를 풀어나가고 있다. 이 전술은 선제골을 허용하게 되면 안정성을 잃게 된다. 이 전술을 끝까지 밀고 나갈 수 있는 방법은 스코어의 균형을 깨뜨리지 않는 것이다. 선제골을 허용하지 않고 시간을 계속 끌고 가면서 역습을 노려야 한다”며 “만약 선제 실점을 할 경우 한국이 승부를 걸어야 하는 시점이 빨리 다가온다. 그러면 위기에 노출될 가능성이 매우 높아진다. 지금까지 해왔던 것처럼 우리가 잘하는 걸 하면서 상대를 급하게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최석현이 나이지리아전 연장 전반 5분 선제골을 기록했다. /연합뉴스
최석현이 나이지리아전 연장 전반 5분 선제골을 기록했다. /연합뉴스

◆해답은 세트피스

선제골의 해답은 세트피스에 있다. 한국은 대회에서 기록한 8골 중 4골을 세트피스로 만들어 냈다. 선수비 후역습 전략에 다양한 세트피스까지 더한 전술로 승승장구하고 있다. 그 중심엔 주장 이승원(20)이 있다. 그는 정확한 오른발 킥을 활용해 김은중호의 세트피스 전술 완성도를 높였다. 대회에서 팀의 모든 세트피스 키커로 나서 4개의 도움을 쌓았다.

김 위원도 이승원의 오른발에 주목했다. 김 위원은 “이승원의 오른발 킥에서 파생되는 회전량이나 궤적이 인상적이다. 한국 선수들은 이승원의 킥에 대한 회전량, 궤적 등이 눈에 익어있다. 세트피스 득점까지 이어지고 있다. 상대는 이승원의 킥에 대한 부분이 눈에 익지 않았기 때문에 어려움을 겪을 수밖에 없다”며 “이탈리아전에서도 세트피스가 중요하다. 한국은 수비 안정화 이후 역습 또는 정지된 장면에서 세트피스 득점을 노리는 게 최선이다. 앞서 보여준 모습처럼 결정적인 세트피스 1~2개를 득점으로 이어주는 장면만 나와 준다면 충분히 승산이 있다”고 내다봤다.

한국 U-20 대표팀 주장 이승원. /KFA 제공
한국 U-20 대표팀 주장 이승원. /KFA 제공

◆체력 싸움도 관건

김은중호는 빡빡한 일정을 소화하고 있다. 이탈리아와 비교했을 때 8강과 4강 사이에 하루를 덜 쉬었다. 특히 한국은 8강전에서 연장 승부까지 펼쳤다. 이탈리아의 경우 정규 시간 90분 이내에 콜롬비아를 꺾었다. 체력적으로 차이가 날 가능성이 있다.

따라서 기세에서 밀리지 않는 전략이 필요하다. 김 위원은 “체력 부담은 양 팀 모두 마찬가지다. U-20 선수들의 체력 완성도가 완벽할 순 없다. 한국 선수들은 체력 훈련이 상당히 잘 돼 있다. 또한 김은중 감독이 선수들의 체력 부침이 있을 때마다 적재적소에 교체 카드를 잘 활용해 주고 있다”며 “최근 상승세도 체력에 긍정적인 영향을 준다. 한국은 팀 에너지가 상당히 올라와 있는 상태다. 이탈리아 입장에서 생각하지도 못했던 에너지가 뿜어져 나올 수도 있다. 유로 2004 때 그리스는 토너먼트를 치를수록 엄청난 퍼포먼스를 보여줬다. 한국도 그런 시나리오를 써낼 수 있는 가능성이 충분하다”고 말했다.

강상헌 기자

관련기사

저작권자 © 한스경제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